얼마 전부터 남편이 머리를 잘라야겠다고 하길래,
하고 미끼를 던졌는데 남편이 덥석 물었다.
사실 남편이 싫다고 했는데 단호하게 거절하는 게 속상해서 입을 삐죽거렸더니
혹여나 망하더라도 미용실에서 복구할 수 있게 바리깡 없이 가위로만 자르기로 합의를 봤다.
미용가위가 없어서 급하게 다이소에서 헤어 일자 가위와 숱가위를 구매했다.
바리깡은 펫케어에서 구입한 반려동물 전용 바리깡으로 대신한다...
이 부분에서 남편이 어떻게 자기 머리를 자르는데 반려동물용을 쓰냐며 서운해했다.
하지만 정말 거의 새거인걸..?
(tmi, 연중행사로 고양이 털을 여름마다 밀어줌)
1. 헤어 일자가위
2. 헤어 숱가위
3. 꼬리 빗
4. 분무기
5. 바리깡 / 이발기
TIP.
머리카락이 후두둑 떨어지니 신문지로 목 주변을 감싸 줄 것을 권장합니다 : )
참고로 다이소 가위가 작아서 남자들이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을 듯했어요.
뻑뻑해서 엄지 손가락이 매우 아팠고, 꼬리빗보다 맨손으로 하는 게 편했다.
먼저 분무기로 머리를 축 쳐지게 해서 다듬기 좋게 만들었다. 칙칙- (분무기 뿌리는 이유 이게 맞나요?ㅎㅎ)
이어서 옆머리부터 다듬고, 뒷머리, 그 뒤에 양쪽 발란스를 맞춰준 뒤, 전체적으로 숱을 쳤다.
앞머리는 남편이 극구 자르지 말라고 해서 건들지 않고, 간단하게 숱만 정리했다.
뒷머리에 지저분하게 자란 저 잔머리를 매우 밀고 싶었으나 반려동물용 바리깡으로는 안 밀겠다고 선언한 터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내가 잘 자르니 뒤에도 밀어달라고 했다.
(tmi, 결국 바리깡이 반려동물용인 게 문제가 아니고, 나를 못 믿었던 것은 아닐까..? )
짜잔~! 생각보다 완성도 높은 내 첫 작품! 신혼부부라 가능한 알콩달콩 신혼라이프★
오늘 남편 머리를 잘라주면서 느낀 점은 본인은 반반 가르마라고 하나,
위, 뒤에서 살펴보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몰아치는 회오리처럼 머리가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더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것 같고, 타고난 반곱슬이라서 대충 잘라도 잘 자른 느낌이 난다.
자르고 나서 보니 왼쪽 아래 부분이 삐죽 튀어나온 게 매우 마음에 안든다. 하지만
잘생겨서 괜찮다. 귀찮아서 다시 안잘라주는 거 절대 아니다. (뒷모습도 잘생겼어..★)
조만간 미용실 가도록 해...
1. 남편은 대머리 걱정은 없어도 되겠다. 숱이 매우 많다.
2. 비전문가인 나에게 맡겨줘서 고맙다. 나를 정말 사랑하나보다.
3. 다신 못해먹겠다. 내가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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