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결혼하고 처음 시작해본 집안일

 

황금 같은 토요일을 집안일로 보내고 써보는 글.

 

30살 인생, 태어나서 한 번도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아본 적이 없다. 자취경험도 기숙사 경험도 없다.

물론, 여행 가서 한 달, 중국으로 일하러 가면서 3달? 정도 따로 살아본 적은 있지만 그때도 집안일이라곤 한 번도 하지 않았다. 40일 정도 해외여행을 갔을 땐,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잠자리가 바꿨고. (산타이고 순례길, 언젠가 티스토리에 쓰게 될까?)

 

중국에선 한 달은 호텔에서 지내고, 그 이후엔 몇 명의 작가들과 함께 지냈는데 주로 배달을 시켜먹고,

필요한 물건들은 따로 사다주시는 분이 있어서 뭔가를 내가 맡아서 한 적은 없었다.  

 

암튼, 

집안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자랑도 아니고 그냥 그랬다.

생각해보면 내가 나빴다. 항상 청소와 빨래는 되어 있었고 반찬투정이나 할 줄 알지. 밥상 한 번 차려본 적도 없고,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해본 적도 없다... 하 어머니 아버지. 이 불효녀를 용서하소서...

 

심지어 결혼 전 내가 제일 걱정했던 건 집안일이 아니라, 

각종 세금들과 TV요금 내는 법을 모른다고 예비남편에게 결혼 못하겠다고 했던 점..이다.

집안일은 아예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ㅎㅎ.. 

 

 

 

 

1. 청소 & 정리

 

 집안일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다. 

청소가 청소지 뭐냐. 그냥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하면 되는 거 아니냐? 

청소는 청소기가 해주는 거 아냐?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하시겠지... (왠지 삐뚤어짐)

 

그렇다 청소는 청소다.

 

  1. 먼지 청소

  2. 물청소

구역을 나누어보자. 각 구역별로 먼지, 물청소 필수다.

 

  1. 현관 (밖에서 신고 들어온 신발 때문에 난리가 난다. 특히 눈, 비 오는 날)

  2. 거실과 각 방에 있는 물건들 위에 쌓인 먼지와 쓰레기 청소. (청소해도 티 안 난다는 전설의 먼지 청소. 하지만 안 하면 반나절만에 집에 먼지가 왜 이렇게 많아?)

  3. 각 창과 창틀. (정말 진이 빠지고 힘들다.)

  4. 베란다, 보일러실 (.... 안 해, 못해)

정리는 어떨까? ㅎㅎ 항상 정리정돈이 되어 있다면 누군가의 노고가 반드시 들어가 있다. 

화장실에 매번 여분의 휴지가 있다? 누군가 넣어둔 거다.

 

 

  1. 신발 정리 

  2. 옷 정리 (계절 옷은 따로 정리)

  3. 이불 정리 (계절 이불도 또 따로 정리)

  4. 다용도실 정리 (이 세상 물건들 여기 다 있다. 선풍기, 에어컨 커버, 고양이 사료, 모래, 설거지 장갑, 화장실 슬리퍼 등등)

  5. 각 방 서랍 정리

  6. 냉장고 정리

  7. 주방 서랍정리

  8. 싱크대 상하부장 정리

  9. 화장실 휴지 항상 정리

  10. 각종 세제 정리

****그리고 1~10번까지 구매*****

너무 중요한데 따로 적지 않겠음. 다 사야 됨. 

결혼하고 나서 신혼집에 물도 없고... 티스푼이랑 가위 없어서 당황했던 게 엊그제 같음. 

 

주방 일회용 장갑부터 키친타월 주방세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비누, 샴푸, 트리트먼트, 바디워시, 폼클렌징, 치약, 칫솔, 스킨, 로션 후 말해 뭐해. 정말 살림살이가 이렇게나 많구나. 이게 없을 수도 있구나 하는 모든 것들. 

정말 한 가정을 이룬 모든 분들 리스팩!!!!!!!!!!!!!

 

 

 

2. 요리 & 설거지 & 빨래

 

일단 요리. 하루에 뭐 먹을까 고민하는 거 진짜 싫다. 

(이 포스팅하면서 점점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요리는 주방에서 뚱땅뚱땅하는 것이 아니다.

 

뭐 먹을지 생각하고 장을 봐야 한다.

그런데 한 끼만 먹자고 사느냐? 절대 아니다. 

맞벌이 부부는 보통 일주일 동안 먹을 장을 주말에 몰아서 본다. 

 

그 말인즉슨, 5일 치 저녁과 주말 6끼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솔직히 아직도 엄마찬스를 쓴다. 엄마한테 죄송하다.ㅠ_ㅠ 

 

요리와 설거지

 

  1. 장보기

  2. 요리 재료 준비하기 (각종 체 썰고 껍질 까고, 씻고 한 시간 걸림)

  3. 주말 특식 메인 요리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갈비찜 사골 등은 몇 시간씩 달이는 것이 기본)

  4. 일주일 치 밑반찬 만들기 ( 진짜 하루 종일 걸린다. 진미채, 콩자반, 나물 등 밑반찬이라 손도 잘 안 가는 것들.)

  5. 설거지 ( 2,3,4번을 하고 나면 설거지량이 어마무시하다.) 

 

빨래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금 1시부터 시작했는데 아직도 건조기가 돌아가고 있다.

빨래 세탁기가 해주고 건조기가 해준다고 그게 뭐가 힘드냐고 하는 사람 만나면 진짜 엄청 세게 딱콩 날릴 거다.

결혼하고 나서 알게 된 건데 아니 둘이 사는데 빨래가 세상에나 이렇게 많이 나온다고? 

말도 안 된다. 심지어 우리 수건도 엄청나게 많이 샀다. 한번 쓰고 바로 빨지도 않음. (더럽..)

 

빨래 & 건조

  1. 수건, 속옷 빨래

  2. 색깔 빨래 (흰, 검, 색깔 - 이건 유도리 있게 흰 VS 색깔 또는 검 VS 색깔로 한다.) 

  3. 걸레 빨래

  4. 이불 빨래

  5. 침구류 빨래 - 베개 커버, 매트리스 커버, 패드 등

  6. 니트류, 스포츠웨어, 기능성 의류 등등 따로 건조 (건조기 못 돌리는 거 생각보다 왜 이렇게 많나)

  7. 이불털기 (고양이를 키워서 1~2주에 한 번은 건조기 또는 직접 밖에서 이불털기)

 

 

 

3. 각종 쓰레기

 

이건 정말 남편이 전담으로 해줘서 고맙고 또 고맙고 사랑하는 부분이라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합니다. (화가 가라앉는다)

 

  1. 일반쓰레기

  2. 음식물쓰레기 (음식물처리기가 있어도 종종 음쓰버려야함.)

  3. 재활용 (뜯고, 비닐류 / 종이류 / 플라스틱 등 분류하고, 씻고)

쓰레기 부분 이렇게 분량 짧은 거 실화..?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이 모든 것이 따라오는 줄 몰랐지?

자취만 하면 자유로워지는 줄 알았지?

우리 모든 집안일 담당자님들(보통 어머님이시겠죠?)께 감사하고, 사랑합시다.

나보다 집안일 더 많이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안하는 남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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