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콜슨 화이트헤드의 장편소설인 <니클의 소년들> 첫 문장이다.

이 책은 흑인 인권에 관한 책으로 최근 인권 문제에 관심이 생긴 내게는 역대급 인생 도서 중 한 권이 되었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스토리가, 그 안에 꾹꾹 눌러담은 섬세하고 끔찍한 진실들이

독자를 더 분노하게, 공허하게, 좌절하게,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내 안에 작은 소년 '엘우드'가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줄거리)

평범하고 곧은 주인공 엘우드는 임시로 열리는 대학교 수업을 받기 위해 살고 있던 지역을 떠나던 중 

자동차 도둑으로 몰려 감화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감화원 = 소년원)

 

표면적으로 감화원은 청소년의 교화를 위한 '학교'로 이름 붙여져 인쇄소를 운영하고, '직업교육'을 받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현실은 흑과 백, 백과 흑으로 철저한 차별이 존재하는 곳으로 그보다 더 처절한 폭력과 학대로 얼룩져 있는 곳이었다.

 

정부에서 지급되는 식량을 빼돌리고, 누군가 죽어 나가도 연고가 없어 찾는 사람이 없을 뿐더러 혹여 찾는 이가 있더라도 '탈출'했다는 한 마디로 정리되는 곳이기도 했다. 

 

주인공은 자신의 영웅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을 떠올리며 '이곳'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실행하기로 한다....

 

그 뒤로는 스포라서 말을 못 하겠다. 세상 사람들 모두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니클'에서 일어났던 일은 현실이 아니지만 미국 플로리다 주 마리아나의 도지어 남학교에서 발생된 실화를 통해 현실은 그보다 더 가혹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아서G 도지어 남학교 자리였던 부트힐 묘지의 무덤에서 이름 없는 무덤에서 사람 유해를 발견됐고, 도지어 남학교 생존자들이 직접 작성한 경험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 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 누가 감히 높은 곳에 위치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일까?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그는 어두운 피부색으로 초월해서 인정받기를 원했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 동지라도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그를 동지로 불러줄 사람.

똑같은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을 아는 사람. 비록 속도는 느릴지라도 뒷골목과 신산한 나날로 점철된 그 미래 앞에서 손으로 쓴 항의 팻말과 연설에 장단을 맞추는 사람.

p.245

 

 

이 책을 읽고 나서 내내 생각났던 구절이 있다.

엘리위젤이 1986년 노벨 평화상을 수락하면서 했던 연설문의 일부이다. 

 

"We must take sides. Neutrality helps the oppressor, never the victim.  
Silence encourages the tormentors, not the tormented Wherever anyone is persecuted for their race or political views, that place must become the center of the universe." 

- Elie Wiesel, acceptance speech for the Nobel Peace Prize, 1986 

 

중립은 가해자에게만 이로울 뿐, 희생자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침묵은 결국 괴롭히는 사람 편에 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내가 뭐라고, 나하나 무슨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희생자가 있는 한 우리는 힘이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속으로 항상 다짐하지만 내가 그렇게 살고 있을까?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 둔 마음들이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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